
| 제목 | 2026 추기 석전대제를 참관하고 | |||
| 작성자 | 관리자 [2026-09-20 21:42:2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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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3년의 전통, 오늘에 되살아난 강릉향교 — 2026 추기 석전대제를 참관하고 —
2026년 9월 20일 오전 10시, 강릉향교 대성전에서 추기 석전대제(秋期 釋奠大祭)가 엄숙하게 봉행되었다. 1313년(고려 충선왕 5년) 김승인(金承印)이 강릉존무사(江陵存撫使)로 부임하여 화부산 아래에 향교를 세운 것이 강릉향교의 시작이다. 어느덧 713년의 세월이 흘렀다. 713년이라는 숫자는 단순한 연륜이 아니다. 수많은 시대의 변화와 전쟁과 혼란 속에서도 배움과 예(禮)의 전통을 이어온 시간이며, 공자를 비롯한 성현들의 가르침을 오늘까지 전해 온 살아 있는 역사다. 이번 석전대제는 음력 8월 상정일(上丁日)에 맞추어 봉행되었으며, 만세종사(萬世宗師)이신 공자(孔子)를 비롯한 성현들의 위대한 덕을 기리고 그 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자리였다.
136위의 성현을 모신 강릉향교 강릉향교의 또 하나의 특별한 점은 대성전 21위, 동무 58위, 서무 57위 등 모두 136위의 성현을 봉안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136위를 봉안하는 것은 강릉향교 거의 유일하다고 알고 있다. 옛 향교의 모습을 간직한 공간에서 석전대제가 봉행된다는 점에서 강릉향교가 지닌 역사적 가치는 더욱 크게 다가온다. 이날 제례는 홀기(笏記)에 따라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약 2시간 동안 진행되었다. 전폐례(奠幣禮)를 시작으로 초헌례(初獻禮), 아헌례(亞獻禮), 종헌례(終獻禮), 분헌례(分獻禮), 음복례(飮福禮), 철변두(徹籩豆), 망료례(望燎禮)에 이르기까지 각 절차가 엄숙하게 이어졌다. 초헌관은 김중남 강릉시장, 아헌관은 김영규 청년유도회장, 종헌관은 김형길 성균관 전학, 동종헌관은 주영석·권승전 성균관 전학, 서종헌관은 용순옥 성균관 전인·정연구 성균관 전의가 맡았다. 동무헌관에는 홍성삼·최완규·함종식 성균관 전인, 서무헌관에는 변옥녀 성균관 전학·함영선·최원규 성균관 전인이 참여하였다.
제례악과 일무(佾舞)가 더한 장엄함 이번 석전대제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제례악과 일무(佾舞)였다. 전문 시현팀의 연주와 춤이 더해지면서 제례의 분위기는 한층 장엄해졌다. 오랜 시간 햇볕 아래에서 악기를 연주하고 일무를 행하는 모습에서는 행사를 준비한 분들의 정성과 노고를 느낄 수 있었다. 행사 중 한 분이 더위 속에서 쓰러지는 모습을 보면서 문득 학창 시절의 기억도 떠올랐다. 중·고등학교 시절, 교장 선생님의 훈화가 길어지면 햇볕 아래 서 있던 학생이 쓰러지는 모습을 간혹 보곤 했다. 엄숙한 석전대제의 현장에서 그 옛 기억이 불현듯 되살아났다. 그만큼 두 시간 동안 이어진 석전대제는 참여한 모든 분들의 엄청난 정성과 인내가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낯익은 얼굴들, 반가운 만남 제집사(諸執事) 가운데에는 강릉향교 교육원의 논어반과 상경반에서 함께 공부하는 분들도 많이 눈에 띄었다. 평소 함께 배우고 토론하던 분들이 오늘은 제집사가 되어 성현을 모시는 모습을 보니 더욱 반갑고 뜻깊게 느껴졌다. 배움이 제례로 이어지고, 제례가 다시 배움으로 이어지는 모습이었다.
석전대제, 더 많은 사람에게 열리기를 한편으로는 아쉬움도 있었다. 대성전 공간에는 유복(儒服)을 입은 분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어, 석전제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 참관객들이 가까이에서 그 의식의 모습을 살펴볼 기회가 다소 제한되어 보였다. 물론 오랜 시간 습례(習禮)를 거쳐 석전대제를 준비한 분들의 전문성과 엄숙함은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나 석전대제가 단순히 습례한 사람들만의 행사가 아니라, 전통문화를 시민과 함께 나누고 교육하는 살아 있는 문화행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본다. 처음 석전대제를 접하는 사람에게는 제례의 절차 하나하나가 귀중한 역사교육이 될 수 있다. '전폐례는 무엇인가?', '초헌례와 아헌례는 어떻게 다른가?', '왜 일무를 추는가?', '왜 이 성현들을 모시는가?' 이러한 설명과 안내가 곁들여진다면 석전대제는 훨씬 많은 사람에게 감동과 배움의 기회를 줄 수 있을 것이다. 전통은 지키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에게 전해질 때 비로소 살아 있는 전통이 된다.
713년의 전통을 미래로 이번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 많은 분이 오랜 시간 습례하고 정성을 다했을 것이다. 전문적인 제례악과 일무까지 더해진 이번 석전대제는 그동안의 노력과 준비가 전혀 가볍지 않았음을 보여주었다. 행사가 끝난 뒤에는 참석자들에게 정성스럽게 점심을 대접하고, 봉게(奉揭)로 떡까지 나누어 주었다. 마지막까지 참석자들을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이 느껴졌다. 돌아오는 길에 다시 생각해 보았다. 713년. 고려에서 시작된 강릉향교의 역사가 조선 시대를 지나 근현대의 격변을 견디고 오늘까지 이어졌다. 그 긴 세월 동안 수많은 사람이 이곳에서 배우고, 가르치고, 성현을 기리고, 예를 익혔을 것이다. 오늘 우리가 본 석전대제 역시 그 713년 역사 가운데 한 장면일 뿐이다. 그러나 그 한 장면이 다음 세대에게 또 하나의 역사가 될 것이다. 713년의 전통이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오늘의 교육과 문화로 살아 숨 쉬고, 더 많은 시민과 젊은 세대에게 전해지기를 기대한다. 오늘의 석전대제가 아름다웠던 이유는 단지 제례의식이 엄숙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713년 동안 이어온 사람들의 정성과 마음이 그 자리에 함께 있었기 때문이다. 강릉향교의 오래된 뜰에 울려 퍼진 제례악과 일무를 뒤로하고 돌아오면서, 전통은 오래되었기에 소중한 것이 아니라, 오늘 우리가 이어가기에 비로소 살아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026년 추기 석전대제. 713년의 전통을 다시 마주한 뜻깊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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