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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남자의 눈물
작성자 관리자 [2026-09-19 10:2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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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눈물





1783년 미국은 독립전쟁에서 이겼지만 장교들은 월급과 연금을 제대로 받지 못해 격앙돼 있었다. 쿠데타 정보가 돌았다. 조지 워싱턴이 이들 앞에서 처음 안경을 꺼내 들고 "여러분을 위해 복무하다 머리가 희었고, 이제는 눈까지 어두워졌다"고 했다. 거친 사내들이 하나둘 눈물을 쏟더니 쿠데타 음모도 없던 일이 됐다. 

 

처칠은 나치 폭격을 맞은 런던 주택가를 돌다가 시민들이 "우리는 견딜 수 있습니다. 되갚아 주십시오"라고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 아무 대답도 못하고 눈물만 닦던 모습은 '총리가 국민 고통을 함 께한다'는 믿음을 줬다.

 

미국 초등학교에서 총기 난사 사건 으로 6~7세 어린이 20명이 숨졌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그 아이들을 생각하면 미칠 것 같다"며 눈물을 훔치고는 총기 규제 행정 명령을 발표했다. '총기 소유가 합헌 이란 반대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작았다.

 

1964년 파독 광부와 간호사가 현지 탄광에 온 박정희 대통령과 애국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탄가루 범벅인 광부들도 이들을 수천m 막장으로 보낸 대통령도 목이 메여 같이 오열했다. 이 눈물을 밑거름으로 대한민국은 기적의 역사를 썼다.

 

1972년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였던 머스키 상원의원이 언론 공격을 받던 아내를 옹호하다 눈물을 터뜨렸다. 그런데 미 유권자는 '나약하고 감정 조절 못 하는 정치인'으로 여겼고 머스키는 레이스를 포기해야 했다.

 

'강한 남자'를 과시하던 러시아 푸틴이 2012년 대선 승리 연설에서 눈물을 보였다. 국민이 뜨악해하자 "바람 때문"이라고 해명했다가 조롱거리가 됐다. "모스크바는 눈물을 믿지 않는다"는 말이 유행했다. 옛 소련 영화 제목이다.

 

북한 주민을 노예로 부리는 김정은도 자주 울면서 '애민'이라고 한다. 힘 있는 남자가 공동체를 위해 흘리는 눈물은 감동이 있다. 그러나 개인 영달이나 변명을 위한 눈물에는 불편함을 느낄 때가 많다.

 

악어는 턱과 눈물 신경이 연결돼 있어 먹이를 뜯을 때 눈물을 흘린다고 한다. '악어의 눈물'이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아내를 언급하며 눈물을 보였다. 발달장애 아동을 돌보는 아내와 아들의 고충을 알면 '가족 조합' 의혹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이 장면을 지켜본 국민은 김 후보자가 신약 로비 의혹의 '여 동생 브로커' 양모씨에게 "보고 싶어서 눈물이 나네' 라는 문자를 보냈던 일을 떠올렸을 것이다. 김 후보자 눈물에 공감한 사람은 함께 눈물을 훔친 서영교 법사 위원장밖에 없을 듯싶다


안용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