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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전재용 선장과 예멘 난민
작성자 관리자 [2020-02-07 16: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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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용 선장과 예멘 난민

 


 

 

조선일보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사회생물학 

   

198511월 중순 원양어선 광명 87호를 이끌고 귀항하던 전재용 선장은 남중국해를 지나다 베트남 난민을 실은 작은 난파선을 발견한다. 상관하지 말라는 회사의 지시로 그들을 지나쳤지만 전 선장은 끝내 양심을 저버릴 수 없어 뱃머리를 돌린다. 사흘이나 굶은 난민 96명에게 25명 선원들의 식량과 물을 나눠주며 열흘 만에 간신히 부산항에 도착했다.

 

일엽편주에 몸을 실은 채 무려 25척의 배를 스쳐 보내야 했던 베트남인들은 전 선장의 따뜻한 배려로 목숨을 구했다. 반면 전 선장은 부산항에 도착하자마자 해고당해 고향 통영에서 멍게 양식업을 하며 살았다. 2004년 난민 대표 피터 누엔이 전 선장을 수소문해 19년 만에 로스앤젤레스 공항에서 해후한 이야기는 다큐멘터리로도 제작되었다. 다큐멘터리를 보는 내내 나는 내가 전 선장님과 함께 한국 사람이라는 게 한없이 자랑스러웠다. 의인상은커녕 회사에서 쫓겨나 생계를 걱정하며 살았지만 그는 여전히 "96명의 생명을 살린 저의 선택을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었다"고 말한다.

 

제주도에 예멘 난민 519명이 들어왔다. 김대중 정부가 제정한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비자가 없어도 입국해 최장 30일까지 머물며 난민 지위를 신청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온 것이다. 1651년 일본 나가사키로 항해하다 제주도에 표착한 네덜란드 헨드릭 하멜 일행과 달리 이번에 예멘인들은 제주도를 목표로 노를 저었다. 대부분이 건장한 남성이라는 점 때문에 '취업 난민'이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이미 33년 전 바다 한복판에서 난민을 구해 우리 땅으로 데려온 전적이 있다. 그리고 그들을 난민 수용소에서 무려 18개월 동안이나 보살핀 후 미국에 안착할 수 있도록 도왔다. 스스로 선진국이라고 자부하고 싶은 2018년 대한민국이 우리 땅까지 노 저어온 난민을 그냥 내칠 수는 없다. 일단 따뜻하게 보듬자. 그리고 함께 공존의 길을 찾아보자.

 

출처 : http://new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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