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제목 | 어려운 한자 이름 | |||
| 작성자 | 관리자 [2026-05-05 21:34:3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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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한자 이름
세종의 즉위 전 이름은 도였다. '복을 내린다'는 뜻으로 아버지 태종이 직접 지었다. 정조의 이름은 산이었다. '살피고 헤아린다'는 의미다. 둘 다 일상에선 좀체 쓰지 않는 한자다. 일부러 희귀한 한자를 골라 왕의 이름으로 쓴 배경에 는 조선 왕실 나름의 배려가 있었다. 존경하는 이의 이름을 피해서 짓는 유교 전통을 '피휘(避諱)'라고 한다. 왕이 大, 天, 明처럼 흔한 글자를 썼다가는 백성들의 불편이 뻔했다.
이제 자식 이름 짓는 데 아무런 제한이 없다. 한글 이름도 많아지는 추세다. '우람'이나 '슬기'처럼 씩씩하고 지혜로운 삶을 바라기도 하고, '가을'이나 노을'처럼 아이의 삶이 한 편의 풍경화 같기를 기원하기도 한다.
태평성대에만 나타난다는 전설 속 새 '난'(鸞), 야생마처럼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검은 말 '려'(驪)를, 넣은 이름도 있었다. 자식에게 특별함을 선물하고 자식 잘되기를 바라서 고르고 고른 글씨이지만 이 이름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였을 것이다. 이름 한 글자에 30획이 넘는 한자도 있었다. 그래도 이 특이한 글자들은 대법원의 인명용 한자 9389자에 포함된 경우다.
최근 헌법재판소는 딸 이름에 예쁠 래(婡)'를 넣으려다 관청에서 거부당한 부모의 헌법소원을 기각했다. 자녀의 이름을 짓는 것은 부모의 소중한 권리지만. 이 숫자 밖의 한자는 정부 전산 시스템에 입력할 수 없다고 한다. 헌재는 이로 발생하는 문제를 막으려면 기존 틀을 유지해야 한다고 봤다. 한자를 공식 문자로 지정한 중국과 일본도 각각 8105자 2999자로 인명용 한자를 제한하고 있다.
자식의 이름에는 부모의 소망이 고여 있다. 건강과 장수. 지혜와 재물 중 어느 것 하나 놓치고 싶지 않은 것이 부모 마음이다. 하지만 너무 어렵고 무거운 한자를 쓰면 아이가 이름의 기운에 눌린다는 속설도 있다. 분명한건 모든 부모가 이름이 자식 삶의 굴레가 아니라 스스로 제 인생의 색채를 마음껏 채워 넣을 수 있는 넉넉한 여백이 되기를 바랄 것이란 사실이다. '기쁨 흠' 자 친구는 이름에 담긴 재물운을 다 누리지는 못했지만, 아들딸 하나씩 두고 나름 행복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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